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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로용 Daily record/Weekly Report

[2025] 01.08-14

 

01.08-14

개발은 정말 기초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낀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서 탓이라도 할 곳이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외면하듯 뒤로하고 최근 이별을 한 친구이자 동생을 만나 밥을 먹었다. 울며 먹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언젠가의 내가 생각나 너무 짠했다. 그러나 삶이라는 것은 우리를 언제나 바닥에 처박혀있도록 두지는 않으므로 이 힘든 시간 또한 그녀가 이겨낼 것임을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내면엔 다양한 면이 존재한다. 그녀도 원하지 않은 이별이었던 만큼 상대의 좋은 면과 자신의 나쁜 면만이 기억난다 하더라. 한 발 뒤, 타인의 시선으로 보게된다. 성인 이후 모든 상식적인 관계에서의 문제는 한쪽의 잘못으로만 생기지 않는다. 둘 중 하나가 회피라도 한 것이 아닌 이상.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만날 때마다 온통 쏟아내는 통에 시간이 모자라 늦게까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운영하시는 분이 차에 진심인 곳이라 티 오마카세 급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다음엔 이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그녀가 웃으며 좋은 소식을 안고 나타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라가 뒤숭숭하다. 아니 완전히 하락세. 언젠가부터 정치에 관한 것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게 된 나였지만, 이건 선 넘었지.

여하튼 저녁 겸 일로 소꼬리 찜을 먹으러 갔다. 그다지 당기지 않았지만, 무엇이든 잘 먹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도전했다. 매운 맛이 더 편할 것 같아 주문했는데,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사장님이 혼자 이걸 다 먹을 수 있냐고 하셨는데, 그렇게 양이 많은 건 아니어서 의아했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조금만 먹고 살아가는 걸까? 먹는 재미로 사는 내겐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예전엔 꽃 선물이 부담스러웠다. 사람으로 치면 입이 잘려 수액으로 연명하며 서서히 죽어가는 중인데, 예쁘다고 좋아하는 것이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다 협찬으로 오랜만에 꽃다발을 받아왔다. 결국 내가 안 받아도 다른 사람이 받으니까 핑계를 대며. 꽃은 추위에 약하다며 포장지로 꽁꽁 싸주시는 마음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떠나보내는 것에도 마음을 쓰는 것이 사람이구나 하고. 

그 꽃을 들고 도착한 곳은 만화카페. 어렸을 땐 오타쿠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만화에 심취했는데, 요즘은 그런 열정이 없어 오히려 현우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본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유치하다는 생각이 한 번 들면 공감을 하기 어려워진다.

볼 것이 없으면 누워라도 있자는 마음으로 받은 협찬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예전에 봤던 나루토를 다시 보니 그 재미가 올라오더라. 명작이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나도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나루토는 역시나 재밌었다. 끝까지 정주행을 하기에는 권수도 많고 체력이 버티지 못해 나왔다. 새벽 1시 반.

다음날엔 서교동의 서관면옥에서 평양냉면과 사골떡만둣국, 빈대떡을 함께했다. 찬 음식은 힘들지만 평양냉면 전문점이니 괜히 뺄 수 없었다. 얼죽아인 현우이니 이것도 괜찮겠지 생각하며 밀어놓고 먹은 떡만두국은 따뜻함이 너무 좋았다. 베스트는 빈대떡. 또 먹으러 가고 싶다. 매장도 넓고 예쁘던데 음식까지 잘하는 집이었다. 

다 먹고나선 산책할 겸 걷고 싶었으나 날이 추워 바로 앞의 테라로사에 빨려 들어갔다. 커피잔이 촌스러운 듯 귀여운 듯 오묘했다. 테라로사는 제주의 기억 때문인지 기억 속 점수가 이상하게 후한 카페다.

이후 협찬으로 커플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굉장히 후회했다. 이미 사이가 좋은데 미래를 예방하고자 방문했더니 한 번만으로는 자칫하다간 서로를 오해하게 될 것 같았다. 

저녁엔 지난주 냉장고 털이 연속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었다. 고기도 양념도 아끼지 않아 꾸덕하면서도 적당히 자극적인 제육이 완성됐다. 전에 남긴 피자 알볼로 파스타와 볶음밥도 함께 내놓아 웃긴 모양이었지만 푸짐했다. 제육은 역시나 맛있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내 요리 중 하나.

마땅한 꽃병이 없어 급한 대로 드립 주전자에 넣었다. 전에 사두었던 크로아상을 에어프라이기로 살려내는 동안 현우는 커피를 내려주었다.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고서야 아이스인 현우는 변덕쟁이인 내게 매번 어떻게 내려줄지 물어주어 마음이 따뜻하다.

작년, 크리스마스 셀프 선물로 커피 잔과 에스프레소 잔을 각 2조씩 집에 들였다. 모던한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다. 한 번이라도 더 보고자 따뜻하게 내려달라고 말하게 되는 요즘.

늦은 점심 겸 저녁, 언제나처럼 순살, 넓적 당면 옵션으로 주문한 두찜 로제. 

무서운 게임을 스스로 할 자신과 여유는 없어 게임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는 편인데, 너무 재밌다.

주중엔 쉴틈없이 바쁜 편인데, 13일엔 게으름을 부려 일정을 비웠다. 오랜만에 집에 일찍 오게 되니 편안하고 좋았다. 요즘 너무 잘 먹기에 한 번쯤은 저녁을 굶어도 좋겠지만, 냉장고를 털어야 한다는 핑계로 냉동실의 팝콘치킨을 꺼냈다. 몸에도 나쁘고 저렴한 것들이 당기는 이상한 날이 있다. 아니구나 이상하지 않지. 맛있으니까.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해 흑백요리사를 재때 봤을 법도 한데, 주변에서 열광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멀어졌다. 보지 않으려 생각도 했지만, 어딘가 느리고 어색하며 말투도 일반적이지 않고 만화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는 바로 그 최강록 셰프가 나온다길래 그 부분만 조금 봤다. 

그러다 우연히 일이 생겨 방문하게 된 최강록 셰프의 예전 가게, 136길 육미. 메밀 소바를 김에 말은 메밀김밥이 시그니처다. 마셰코에서만 보던 전설의 메밀김밥. 또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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