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상할 때 음식으로 기억하는 편이라 대부분 먹는 이야기뿐이겠지만, 다시 시작하는 월간 기록. 네이버와 인연이 닿아 새로운 블로그를 개설했으나 어색하기에 우선 여기에. 사진도 귀찮으니 나중에.
2024 마지막 날, 일로서 도미 전문점인 <코미도리> 종각점에 방문했다.
도미 하나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장소답게 모든 요리에 3.5~6kg의 대참돔이 사용된다. 정식을 주문하면 지리탕부터 숙성회, 머리구이, 튀김, 해물라면 또는 도미덮밥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다양한 주류 옵션도 있었지만, 나만큼 술을 좋아하지 않는 현우와 함께하다보니 오늘도 생맥주. 코스는 만족스러웠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종로는 생활권이 달라 방문할 일이 없는데, 이렇게 일이 생겨 오게되면 괜히 반갑다. 돌아가는 길, 붕어빵을 파는 곳이 없을까 헤맸지만 요즘은 흔하지 않다. 도미를 코스로 먹고도 붕어빵을 찾다니. 뜬금없지만 일본에선 붕어빵이 아닌 도미빵을 판다던데, 도미가 고급어종이라 그렇다나.
시기가 좋지 않아 카운트다운도 조용히 하고, 연말 특별 방송도 안한다더라. 원래도 안 보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해가 바뀐다는 느낌이 덜 들었던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01.01-07
새해가 되었다는 감흥은 없지만, 언제부턴가 새해 첫 곡 만큼은 골라 듣고 있다. 이번엔 오카모토 마요의 tomorrow. 1995년도에 출시된 곡이지만 희망적인 느낌이 들어 여전히 좋아한다. 어떻게 해도 내일은 온다.
느지막이 일어나 현우가 내려준 커피도 한 모금. 태완이가 현우에게 쥐어줬다는 귤을 함께했는데, 한 개는 썩어있고 나머지는 꿀맛 귤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신 맛과 단 맛의 밸런스가 조화로운 귤을 좋아하는 모양인데, 나는 달아야만 좋다.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는데, 트럭에서 아저씨가 팔던 것이라 찾을 수 없는 모양이다.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싶었지만, 이모네 떡국 사리가 아직 남아있어 괜히 떡국을 끓였다. 요즘은 일을 이유로 외식이 대부분이라 냉장고에 재료가 없는데, 꾸역꾸역 만들어보니 뭐가 나오긴 나오더라.
참치캔과 떡국 사리, 김 등의 최소한의 재료만 가지고 만든 참치 떡국. 들어본 적도 없는 떡국이지만 떡국 사리와 간을 할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떡국을 만들어낼 줄 알기에 부족한 단백질도 채우면서 적당히 맛있는 떡국을 만들어 냈다.
적당히 쉬다 현우집으로 이동해 오랜만에 치즈와 기타 등등을 만났는데, 현우가 정성을 다해 키워준 덕분에 생각보다 많이 컸더라.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치즈는 발톱이 점점 더 날카로워져 이젠 아프다. 예전엔 팔을 기어다녀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젠 뭐라도 입어야 상대가 가능하다. 예전처럼 물고 빨고 뽀뽀도 해줬으나 오랜만인 나를 알아보지는 못한 것 같다.
저녁으론 정왕동의 고깃집에 갈 일이 생겼다. 아무래도 양이 많을 것 같아 혼자 있다던 태완이도 초대했다. 고기는 내가 잘 굽는 데다 촬영까지 해야 하니 현우와 둘이 이야기하라고 할 겸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이후 카페에 가려 했더니 문을 연 곳이 없어 태완이네 집 앞 메가커피에 방문했다. 결혼을 앞두고 이것저것 고민하는 중인 태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고민이 들었다.
새해 첫 출근. 언제나처럼 탕비실 정리로 시작했다. 물론 내 업무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며, 그다지 더러운 것도 아니지만 그래야지 속이 시원하다. 개인적으로 내 자신이 회사의 복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요즘 탕비실에서의 소소한 기쁨이 하나 있는데, 죽어가던 뱅갈 고무나무가 초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거다. 이파리 하나 없이 기둥만 쭈글쭈글 남아 무슨 식물인지 몰랐다가 이제야 정성에 대한 답을 받고 이름을 알았다.
개발 중이던 것의 고도화로 이슈 배정을 받았다. 10일 배포 목표.
저녁으론 일 때문에 강동구청 바로 앞의 <반 안>이라는 베트남 요리 전문점에 방문했다.
가격을 맞추려 쌀국수와 카오카무덮밥을 주문했는데, 혼자서 다 먹었다. 잘 먹는 유튜버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이젠 일반적인 양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맛있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금요일만 되면, 마음 맞는 사람들만 모여 점심 회식을 한다. 청담역 근방은 대규모 아파트 공사 중으로 식당가 자체가 없어져 생각 이상으로 맛집, 아니 식당이 없다.
그래도 숨은 가게를 하나 알게 되었는데, 평소 청담의 유일한 빛이라며 자주 가던 쌀국수 집 앞이었다. 맛은 평범했고, 직접 찾아갈 곳은 아니나 다른 사람들이 가자고 했을 땐 갈 의향은 있는 정도.
디자이너인 선옥님이 떠나기 전 여기서 회식했다는데, 휴가가 겹쳐 함께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뭔가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네.
이후엔 언제나처럼 커피. 스몰톡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회사 사람들이 좋아 빠질 수가 없다. 으레 사람들이 모이면 한 두 명씩 있는 자랑쟁이나 답답한 멍청이도 없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니 평화롭고 행복하다.
퇴근 후엔 와인을 테이크아웃하러 GS25 DX lab점에 방문했다. 일반적인 GS25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GS25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지향점을 알 수 있었다. 우연히 주변에 있다면 한 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저녁으론 일이긴 하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현우를 위해 예약한 우감만족에 방문했다. 질 좋은 소고기를 원없이 먹은 느낌인데, 지방이 예쁘게 꽃 핀 부위보다 담백한 부위를 선호하는 나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들었다. 그래서 현우를 나눠주는데, 본인이 부족해 보여 주는 줄 아는지 거절을 해서 웃었다. 정말 아닌데.
와인 콜키지가 무료라는데, 우연히 와인이 수중에 있었으나 현우는 운전해야한다며 한사코 거절을 했다. 대리가 그렇게나 싫다며. 조금 아쉬웠다.
다음 날엔 병원도 갈 겸, 점심 일도 있어 사당에 갔으나 병원은 곧 마감이고 사람이 가득했다. 포기하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
화려한 아주머니 직원분으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중식 전문점이었는데, 짜장면이 취향이었고 양도 세숫대야만큼 주더라. 요리부도 잘하던데, 숙주 탕수육 말고 그냥 탕수육 시킬걸.
옆 테이블은 사장님과 예전에 일하던 알바생들 모임이던데, 그렇게도 인연이 이어지기도 하는구나 신기했다. 나이차가 있는 사장님은 한참도 더 어린 옛 직원들에게 실컷 놀림감이 되어 주는데, 그게 참 좋아 보였다. 나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지만 편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후엔 저번에 혼자 갔던 아인슈페너 맛집으로 현우를 데리고 갔다. 추운 날씨지만, 유리에 닿은 햇볕이 따뜻해 등을 대고 온몸으로 온기를 흠뻑 받았다.
다음 일정은 문래동으로 이동을 했으나 시간이 많이 남았다. 마침 책을 가지고 출발해 행운다방을 방문했다. 요즘 현우는 미국의 정권이 바뀐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 트럼프 2.0 시대를 정독 중이다. 무엇이든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너무 예쁘다. 여담으로 카페는 귀여웠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두 번 방문은 못하겠다.
예정대로 브라더 매운 갈비찜 문래점에 방문. 더 매운 맛으로 주문해도 좋았을 것 같다. 소주를 나눠 마셨으나 둘 모두 얼굴이 벌게지는 이슈로 스탑.
집에 와선 같이 보자 공유했던 일드를 보며 맥주 한 캔과 양파링을 먹었다.
현우가 쉬고 싶어 하기에 비워둔 모처럼의 일정 없는 일요일. 현우 어머니께서 사주신 런던 베이글 냉동분과 엄마가 보내준 사과, 먹다 남은 딸기를 현우가 내려준 커피와 함께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여러가지로 말이 많던데,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식감을 좋아해 재고가 떨어질 때마다 채워 넣고 있다.
저녁으론 현우가 남겼던 피자를 냉동해둔 것으로 하나의 피자를 완성했다. 최근 협찬받은 몬테스 알파와 함께했다. 오랜만에 쉬니 좋긴 좋더라.
여느 때처럼 직장인의 월요일을 보내고, 다음 일정으로 대흥역과 공덕역 사이 유진이라는 바에 방문했다.
반려견 동반 가능하다는 곳이 보이면 정신 못 차리고 신청하게 되는데, 결국 강아지들 챙기고 올 자신이 없어 혼자 왔다.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인지.
한옥을 개조한 바로 주류 라인업이 화려했다. 요즘 보기 힘든 술들도 갖춘 데다 커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더라. 당기는 칵테일이나 주류가 없어 겨울이니만큼 뱅쇼를 주문했는데, 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음날엔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아 과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선에서 설 선물을 준비했고, 저녁으로 일 두 탕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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